회사 생활 열심히 해야 할까?
아니면 적당히 돈 받은 만큼 하면 되는 걸까?
오늘은 내가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녀보며 느낀 바를 말해볼까 한다.
회사에서 실수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기
일단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으로서 가장 편한 시기는 신입사원 시기뿐이란 생각이 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배워야 할게 산더미인데 뭐가 편하냐고?
배워야 할 일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저 몰라요'하고 이것저것 질문해도 되는 시기가 신입사원 시기뿐이다.
다시 말해 맘껏 실수해도 되는 시기가 그 시기뿐이란 얘기다.
충분히 실수하지 않았다면?
난 신입 때 충분히 실수해 보란 말을 하고 싶다.
그것이 곧 일을 치열하게 해 봤단 소리고, 결국에 나중에 자신의 업무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기에 치열하게 일을 배우지 않은 채 연차만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입 밖으로 '제가 몰라서요'라는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후배 앞이라 창피해서 그럴 수도 있고
'네 연차에 이것도 몰라?'라는 질타가 두려워 그런 걸 수도 있다.
뭐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일은 '당연히'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 잘하는 것은 기본이 되고,
동료들과의 좋은 관계유지,
유관부서와 원활한 업무처리,
팀장 및 임원보고 등 뭐 하나 부족하면 안 되는 시기가 온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온다.
열심히 계단을 오르지 않은 결과
이러다 보니 저연차 때 충분히 업무경험을 쌓지 못한 친구들은 말 그대로 회사생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허덕인다는 말이 무슨 의미일까...
주어진 일도 제대로 처리할까 말까이다.
그러다 보니 위에선 중요한 일을 맡길 수도 없다.
매번 했던 일을 할 뿐이다.
팀장이나 임원보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도 많이 없지만, 그런 친구들은 보통 그런 자리를 피하려 한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나는 회사에 입사하고 3년 동안 저렇게 살았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일했었고,
같은 연차의 동기들이 일을 더 잘했다.
물론 나는 석사를 하고 들어와서 같은 연차대비 2년이란 시간 동안 회사에 없었지만
나는 그 2년의 갭을 메우지 못했었다.
나는 그들과 비교해 퍼포먼스가 항상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그저 불평만 있었다.
나는 열심히 하는데, 쟤보다 올해는 좀 더 고생한 것 같은데...
하지만 고과를 받아보면 언제나 평고과였다.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동기가 오히려 상위고과를 받는 것에 부당하다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이 정말 맞았을까?
사실 그 당시에 우리 같은 저연차들이 하는 일들은 다 거기서 거기다.
위에서 볼 땐 다 고놈이 고놈이란 소리다.
그러다 보니 뭔가 선배들의 눈에 띌만한 이벤트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나는 회의 때 열심히 안건을 올려 발표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묻어가며 '내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다들 알아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그러니 위에 눈에 띌 리가 만무했다.
반면에 고과를 잘 받는 친구들은 달랐다.
그들은 주어진 일들만 한 게 아니었다.
실무를 하면서 개선할만한 아이템도 발굴했고 실제로 개선한 결과도 가져갔다.
그러니 위에선 '열심히 하는 친구', '일 잘하는 친구'로 보이지 않았겠는가.
뭐라도 하나 들고 와서 '나 열심히 하는데 좀 봐주세요'하는 후배들을 누가 안 좋게 보겠는가.
그런 점에서 난 저연차 때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들이 이제와 아쉬웠다.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해 볼걸. 주어진 것만 하려는 수동적인 자세를 버릴걸.
남들이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 두 개씩 오를 욕심을 내볼걸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때의 내 주위엔 내가 딛고 있는 계단에 있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내가 고개를 올려야만 볼 수 있는 저기 저 위쪽 계단에 어느샌가 도달해 있었다.
장 부장님을 만나다
그런 나에게도 전환점이 오게 된다.
나름 연차도 올랐고 일도 바빠지다 보니
나에게도 중요한 업무가 배정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일을 맡기는 게 걱정스러웠을까.
위에선 육아휴직에서 복귀하는 호랑이 부장님으로 유명한
장 부장님을 나의 직속 사수로 같은 업무에 배치시켰다.
장 부장님은 우리 부서에서 가장 일 잘하시기로 소문난 분이셨다.
지금껏 한 번도 같이 일해본적이 없는 분이셨지만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난 점은
그분과 함께 일한 저연차들 입에선
하나 같이 "다신 그분과 일하기 싫어~ 진짜 빡세"라는 말뿐이었다.
하지만 윗분들 사이에선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장 부장님이랑 일해본 애들은 하나같이 일을 잘해"
두 가지 소문을 모두 접해본 내 입장에선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분명 힘들 테지만 결국 나도 일을 잘해진다는 거잖아?
그래서 나는 후자에 목표를 걸어볼까 싶었다.
반드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일하는 법을 배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분과 일하는 6개월 동안 엄청 성장했다.
우리 일이 어떤 일인지, 그리고 어떤 게 중요하고 챙겨봐야 하는지...
하지만 일보다 중요한 건 일을 대하는 나의 자세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었다.
잘해보려는 마음,
매일 조금씩 나의 관리 수준을 넓혀보려는 마음,
나아가 최종적으로 부장님의 눈높이에 맞춰 일을 대하려는 마음.
그저 마음먹기만 바꾸었을 뿐인데,
날마다 새로운 것이 보이고
성장하는 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모르는 게 생기면 그동안은 대충 이해하고 넘기는 나였다면
본질을 파악할 때까지 파고드는 부장님을 만난 뒤론,
나 역시 깊게 치열하게 따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내가 하는 일에 단점보단 장점으로 드러났다.
마치며
사실 같은 회사 같은 부서 배치받는 신입사원들의 역량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그 안에서도 나중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개개인의 지식수준보단
회사와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 같다.
주변 상황에 불평과 불만만 늘어놓은 채 계단을 오르길 거부하느냐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계단을 오르느냐
그것이 결국 시간이 흘러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회초년생들에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 같이 일을 배우며 시작한 동료들이
시간이 흘러나와 같은 자리에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지금은 글러브를 맞대며 나랑 스파링을 해주던 상대가
시간이 흐르면 내가 돈을 줘야 스파링 해주는 상대가 될 수 있단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주변 환경문제가 아닌 내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회사에 충성하란 소리도 아니다.
무작정 야근시간만 늘리란 소리도 아니다.
다만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하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모르는 게 있으면 배우려는 욕심을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힘들고 버겁다는 생각이 아닌
내가 조금 더 성장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 보란 말이다.
그런 자세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게 계단을 한칸한칸 오르다 보면
어느샌가 평지가 펼쳐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물론 평지가 없을 수도 있다.
직장인에게 사실 계단은 끝도 없이 있다.
하나를 마무리하면 다른 하나가 생기니깐.
하지만 명심하자.
계단을 오르는 나의 체력은 분명 높아졌을 것이다.
그 한 칸을 버겁게 두 손 두 발로 다 짚으며 오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가뿐하게 한 칸 올라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동안 나의 관리 수준을 얼마나 키웠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나의 관리 수준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인생에서도 회사에서도 수월하게 살 수 있는 관건임을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힘들다', '죽을 것 같다'라는 말은 잠시 넣어두자.
오히려 '재미있겠는데'라고 생각하고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수월해지는 법이다.